에르메스 향수 후기를 작성하게 된 계기
여러 향수를 시향 하던 와중, 문득 에르메스도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초고가의 럭셔리 브랜드니까 '향수도 그만큼 잘 만들겠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크게 관심은 없는 브랜드여서 따로 본품을 사거나 디스커버리 세트를 사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중고거래 어플을 통해서 향수 샘플을 싸게 업어 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수르닐에 대한 기대감이 제일 컸어요. 어찌나 유명한지 여름 향수 추천해 달라고 하면 꼭 수르닐이 언급되더라고요. 그만큼 향이 시원하고 여름에 어울리는 거겠죠?
아 참, 그리고 여러분 '비뿌'라는 말을 아시나요? 비가 올 때 향수를 뿌린다는 뜻인데, 수르닐이 비뿌 향수로도 굉장히 유명해요. 왜 비가 올 때 뿌리는 향수로 유명한지는 아래에서 수르닐을 리뷰할 때 '총평'에 써둘 테니 한 번 읽어보시길 바라요.
사실 이 글에서는 수르닐 하나만 후기를 작성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기왕 시향 한 거 딱히 서로 연관 있지는 않지만 '같이 써버리자!'라는 생각으로 이렇게 시향기를 작성하게 됐어요. 총 3개의 에르메스 향수 시향기 바로 시작할게요.
3종 에르메스 향수 후기
1. 수르닐
2. 떼르 데르메스 오 지브레
3. 오 드 메르베이
순서로 진행할게요.
운 자르뎅 수르닐
노트
Top : 당근, 자몽, 토마토, 그린 망고
Heart : 오렌지, 피오니, 블러쉬, 연꽃, 히아신스
Base : 랍다넘, 아이리스, 시나몬, 머스크, 인센스
첫인상 : 오렌지 껍질, 상쾌함, 그린, 보라색 꽃, 야채 주스
10분 후 : 야채 주스, 연꽃, 보라색 꽃, 머스크
추천 : 비 오는 날 혹은 더운 여름에 뿌릴 향수를 원하는 사람
점수 : 3.5/5
총평 : 쉽게 설명하자면, 야채 주스에 오렌지를 잔뜩 집어넣은 고급스러운 향이다. 처음 뿌리면 굉장히 상쾌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머스크의 포근함과 보라색 꽃의 향긋함이 강조되면서 마냥 가볍고 상쾌했던 분위기가 조금은 착 가라앉는다. 그래도 여전히 상쾌한 야채 주스 향을 느낄 수 있다.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을 것 같은 무난하고 향긋한 향수의 대표 격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수르닐'은 일명 '비뿌'향수로 추천을 많이 하는 유명한 향수다. 비가 올 때 뿌리면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향수라 그런 것인데, 그 이유는 비가 오면 습도가 높아져 향이 더 풍부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다양한 노트가 존재하는 '수르닐'이 비뿌 향수로 최적이다. 비가 와서 어둡고 축축한데 상쾌한 향이 나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말이다.
단점이라면 지속력이 나쁘다. 체감상 2시간 조금 못 가는 것 같다. 그래서 소분 공병에 담아 2시간마다 뿌려주는 게 좋다. 물론 사람마다 지속 시간이 다를 수 있기에 본인에게 맞는 시간 주기로 뿌리는 게 제일 좋다. 여름에 남자, 여자 모두 쓰기 좋은 중성적인 향수다.
떼르 데르메스 오 지브레
노트
Top : 오렌지, 그레이프 프루츠
Heart : 후추, 펠라르고늄
Base : 패츌리, 시더우드, 베티버, 벤조인
첫인상 : 오렌지 껍질, 귤껍질, 그린
10분 후 : 앰버, 보라색 꽃
추천 : 30대 이상 남자
점수 : 2.5/5
총평 : '떼르 데르메스'는 탑 노트가 굉장히 상큼하다. 어디 하나 거슬리는 부분 없이 말이다. 감귤과 오렌지 껍질 향이 지배적이고 그 주위에서 자연의 풀 향이 조금 느껴진다. 감귤이 주렁주렁 열린 제주도 감귤 농장이 연상되기도 한다. 대신 좀 고급스러운 감귤 농장.
10분이 지나면 귤껍질 향이 은은해진다. 풀 향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탑 노트가 연해진 사이 베이스 노트의 앰버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전체적인 질감은 건조하고 약간 따뜻하다. 단 내는 나지 않는다.
시간이 더 지나자 씁쓸한 앰버와 우디 노트만 남았다. 일말의 달콤함도 느껴지지 않는 건조한 곳에서 열풍이 살랑살랑 일고 있다. 첫인상과 너무 달라서 신기할 정도다. 유럽권 고급 호텔에서 지배인이 쓸 법한 향 같다. 격식을 차리고 있는 멋있는 사람인데 속 마음을 잘 안 터 놓는 성격일 것 같다. 왠지 모르게 마음의 벽을 모두에게 치고 있을 법한 그런 사람.
그래서 '떼르 데르메스'는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는 확실히 별로다. '어울리지 않는다.'로는 부족하고 '별로다.'가 맞다. 그렇기 때문에 30대 이상 남자에게 추천하는 향수다. 거래처와 거래하러 갈 때 만만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라면 '떼르 데르메스 오 지브레'가 제격이다.
오 드 메르베이
노트
Top : 레몬, 비터오렌지
Heart : 핑크 페퍼, 레진, 바이올렛, 앰버
Base : 오크모스, 시더우드, 베티버, 벤조인
첫인상 : 비터오렌지, 바이올렛
10분 후 : 밀키함, 파우더리, 우디함, 바이올렛
추천 : 여자 향수 티가 많이 나는 향수를 원하는 사람
점수 : 1/5
총평 : 첫 향은 쌉쌀한 오렌지 향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트러스 노트가 날아가고, 파우더리 하고 울렁거리는 향이 남는다. 동시에 밀키 하다. 이 세 가지가 합쳐져서 여자 향수라는 뉘앙스를 아주 강하게 풍긴다.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향수다. 안타깝게도 필자는 극불호라서 1점을 줄 수밖에 없었고 머리가 아픈 향이라고 느꼈다. 밀키하고 우디 한 여자 향수를 추천받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오 드 메르베이'를 추천할 수 있겠다. 노트 특성상 잔향은 꽤 길게 간다.
마치며
수르닐이 하도 유명하고 추천도 많이 해주는 향수라서 기대가 너무 컸던 건지 생각한 만큼 놀랍지는 않았어요.
물론 자세히 느껴보면 굉장히 복합적이고 잘 만든 향이라는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야채 주스의 뉘앙스가 제법 있었고 그게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던 점입니다.
가끔 뿌리고 다닐 거 같아요. 떼르 데르메스는 30대 이상이 잘 어울릴 법한 향이라 제가 뿌리기에는 좀 부담스러웠고, 오 드 메르베이는 제 취향이랑 너무 안 맞아서 힘들었습니다...(하하)
아무튼,
수르닐이 괜히 유명한 건 아니다 싶었고 친구들에게 슬쩍 한 번 시향해 보라고 말을 던지기에 참 좋은 향수 같아요.
무난하고 싫어할 사람 없는 느낌이었거든요.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 데일리 및 비뿌향수로 추천!
'향수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클린 리저브 스킨 후기 [내돈내산 향수 리뷰], 구어망드 향수 추천 (0) | 2024.02.28 |
---|---|
레짐 데 플뢰르 히미츠 포함 디스커버리 세트 후기 11종 (1) | 2024.02.26 |
[향수 리뷰] 클린 웜코튼 후기 충격... 열에 아홉은 아는 향 (0) | 2024.02.20 |
[향수 후기] 메종 프란시스 커정 724 디스커버리 세트 8종 리뷰 니치 향수 추천 (1) | 2024.02.19 |
[향수 후기] 메모(MEMO) 디스커버리 리뷰 9종 추천 인레는 어땠을까 (1) | 2024.02.15 |